‘먹었다’
섹스를 지극히 일방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는 이 표현을 알게된 것은 오래전이지만, 실제로 듣게된 것은 2001년 여름으로 기억한다. 친구인 모 남자가수가 모 여자가수와 ‘앨범 작업 시작한 지 3일만에 먹었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정작 그 얘기를 듣는 내가 별 반응이 없어서 더 이상 얘기가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군대에서 ‘먹었다’라는 표현의 변이형들을 무척 많이 들었는데, 대충 ‘먹었다’, ‘따먹었다’, ‘먹혔다’, ‘상 차려 준다’와 같은 것들이었다. 그땐 ‘먹었다’라는 표현이 남성들의 커뮤니티에서 무척 일상적인 단어라는 사실에 상당히 놀랐었다. 대학교 1학년 때 들었던 “여성과 사회” 리포트를 쓰기 위해서 포르노그래피를 처음 봤다. 하이텔에서 VCD1) 두 장을 구입해서 가족이 모두 잠든 밤에 헤드폰을 끼고 봤었다. 내가 이전에 상상도 못했던 애널섹스도 무척 충격적이었지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포르노그래피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마치 능욕당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군대에서 배운 표현을 사용하자면 ‘어서 먹으라고 상 차려 준다’고나 할까?
나는 대체로 성별을 막론하고 남들의 성욕에는 무관심한 편이었는데, 여성들도 ‘먹었다’류의 동사들을 사용하는지는 좀 궁금했었다. 그렇다고 물어보기는 좀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오늘 들었다. 놀랍게도 엄마의 입에서.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인기절정의 모 남자가수가 섹시함의 대명사인 모 여가수를 ‘먹었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돌고 있다는 얘기를 식사중에 꺼내셔서 먹던 거 다 뱉을 뻔 했다. 그 소문의 진원지에 설사 ‘누가 누구를 먹었다.’라고 써있어도 다른 표현을 쓸 수 있는 것 아닌가. 남성이 여성을 대상화하는 마당에 여성들이라고 남성들을 대상화하지 않을 이유도 없는 것 같지만, 여성들도 이 표현을 사용한다고 일반화하기엔 좀 무리가 있을 것 같고. 그래서 그런데 이 글을 읽는 여성분들 중 여성들끼리 모였을 때 ‘먹었다’와 그 파생동사들을 사용하는지 좀 말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본 비공개 코멘트를 제공하지 않으므로 그냥 익명으로 대답해주시면 됩니다만.
1) 그 중 하나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를 패러디한 것이었다. 너무 인상적이어서 아직도 기억나는 그 제목은 <Clockwork Orgy> -_-; ↑
http://no-smok.net/nsmk/_bb_f0_c0_d4_bc_bd_bd_ba_b5_da_c1_fd_be_ee_ba_b8_b1_e2
@飛정상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nomen nescio
‘먹었다’라는 말과 관련해서, 어떤 여성분이 삽입섹스에 대한 생각을 적은 글입니다. 재미있잖아요.
@飛정상
고등학교 때 생물공부 나름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사실 저 글 자체가 이해가 잘 안 되요. –;
@nomen nescio
http://freefeel.org/wiki/삽입섹스뒤집어보기
아, 이게 원문입니다.
그나저나, 답변을 달 때마다 폰트가 커지네요. 부담시러워요;
@飛정상
그러네요. 이번 주말에 수정할께요. 사실 6번씩이나 덧글을 주고받아본 적이 없어서… 원래 총 4번 밖에 안 되도록 설정했는데 이게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군요.
자주 쓰진 않았던 거 같아.그런데 그런 말은 하지.엄밀히 말하자면 여자가 남자를 ‘먹는 것’이라는 그런 얘기.
사실 섹스를 먹는다고 표현하는 건 듣는 여자 입장에서 기분 나쁜 얘기라서 자주 쓰진 않는 것 같아.심지어는 아주 질색하는 여자들도 있고.그런데 가끔 그냥 남자가 여자를 먹는다라는 표현에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여자들도 있긴 있어.생각보다 많은 것 같기도 하고;
@가디록
아예 안 쓰진 않는 모양이네.
아, 근데 캐나다 돌아간 것인가?
여성은 자신의 섹스를 자랑스럽게 말할 만한 환경이 안 되지요(…)
다만 우울한건 동료 여성을 비난할 때 저 표현을 쓰는 사람도 있다는 겁니다…ㅠㅠ;;; 확실히 이 표현은 여성에게 불쾌한 표현이기 때문에 많이 쓰지는 않아요.
요즘 순정만화에는 반대의 표현도 있지만 – 즉 여성 입장에서 내가 널 먹어버릴까? 따위…ㅡㅡ – 어느 쪽이든 좋아보이지 않아요^^;;;
@은하
역시 아예 안 쓰진 않는다는 것이군요… 어느 쪽이든 좋아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에 백만표요.
언젠가, 아주 일상적인 소재의 일본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섹스씬때, 남자가 여자를 향해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잘먹겠습니다. (이타다키마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어린 마음에 ‘에엑?’했었답니다.
좀 더 커서 생각해보니, 반대의 표현이 가능하지, 위의 표현은 조금 틀린 것 같은데… 별로 동조해주는 사람은 없더군요. 구조상, 여자가 남자를 향해 쓸 수는 있어도… 반대는…;;; 좀 이상해요.;
@하지메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긴 있겠네요. 근데, 일본어 무척 잘 하시나 보네요?
먹다의 용례
1. “나 이번에 광 먹어야지”
“광은 무슨 광, 피나 먹으면 다행/또는 싸지나 마”
“못 먹어도 고”
2. “내가 요번에 일등 먹었잖아.”
3. ” 주고 싶은 마음 먹고 싶은 마음 껌이라면 역시 롯데 껌”
4. “한 점만 더 먹으면 이기는데”
5. “그 불나방파가 우리 구역을 먹으려고 혈안이 되있잖아.”
이상의 경우, 3번을 제외하면 ‘먹다’는 ‘취하다’ ‘정복하다’\소유하다’의 의미를 뜻하는 속어. 3번의 유명 씨에프는 성적인 의미를 암시하는 선전 문구의 선조 격으로 알려져 있음. 고로 먹다는 표현은 생물학적인 비유라기 보다 지배관계를 은유하는 정치적인 비유.
그러나, 역설적으로 ‘먹는다’는 표현은 결국 관계를 통해 온전히 지배하지 못하는 대상에 대한 열등감과 강박감의 표현일지도. :)
@키위
ㅎㅎ 이거 리포트로 발전시켜봐도 재밌겠네요.
내일 출국이야.그런 고로 아직은 한국이지^^;
@가디록
아 이제 캐나다에 있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