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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May, 2009

출장

May 30th, 2009 No comments

어쩌다보니, 미국으로 8박 9일간 출장을 가게 되었다.
목적지는 워싱턴D.C.와 뉴욕.

눈을 가리는, 마음을 가리는 이 땅을 잠시 떠나 이방인들의 나라에서 이것저것 많이 생각하고 돌아오고 싶…지만,
거기서도 일만 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

어찌되었건, 6월 7일까지 안녕히 계시기 바랍니다. 그 사이에 아무 일도 없길 빌어요. 꾸벅.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May 25th, 2009 No comments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출처 : 브로콜리 너마저 홈페이지

2009년 5월 25일자, 브로콜리 너마저 홈페이지 대문에 올라온, 노래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의 가사. 이 노래는 지난 4월 22일 발매된 두 번째 데모 “잔인한 4월”의 2번 트랙이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미선이의 느낌이 난다. 이번 데모는 애초에 이런 의도를 가지고 있었을까? 어쨌든, 2009년 5월의 끄트머리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해주는 가사가 또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소개한다.

덧붙임 : 처음 올라왔을 때는 지금처럼 대구를 좌우에 배치한 편집은 아니었다. artwork를 맡고 있는 inni씨의 작품인 걸까?

부당한 인간

May 19th, 2009 2 comments

사회면 기사를 보다가 그가 노동자일 때
흉악한 범죄자가 무슨 기업 무슨 공업 노동자일 때
내가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가 일하는 공장에 노동조합이 없거나
조합이 있어도 몸을 판 매음조합이거나
그도 아니면 짓눌려 살다가 얼이 나간 저능조합이거나
권리 행사를 원천 봉쇄한 악질기업일 때
법이 억압과 탄압을 보장 방관 묵인할 때

부당함에 대항해 싸울 권리를 박탈할 때
박탈당한 자는 부당한 자가 된다
그래서 소외 계층을 돌봐야 한단다
권리는 빼앗고 동정의 손길이 있어야 하므로
인간성 교육을 하잔다
부당함을 당해도 참아라 인내하라 할 말밖에
또 있으면 말해보라
자본은 힘과 지식과 시간만을 빼앗는 게 아니다.

백무산, “부당한 인간” (전문)

현 대통령이 사장으로 있던 회사가 거느리고 있는 계열사에서 일요일도 없이 하루 열 몇 시간을 일하며 청춘을 보낸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사장이 경영목표를 높이면 높일수록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그 죽음만큼 많은 이익이 생기는 것을 보면서 사장 스스로 좋아하는 ‘불도저’라는 별명이 사실상 ‘살인자’와 동의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수많은 산업재해들이 전혀 보도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30대의 초입에 들어설 무렵, 그는 이 땅의 노동현실을 시로 쓰기 시작한다. 백봉석이 아니라 백無産이라는 이름으로. 세월이 흘렀다. 세상은 바뀌었지만, 또한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사람들은 바뀌어 갔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황석영이 손학규를 지지했던 2007년 대선에서 그는 문국현 지지선언을 했다. 황석영이 손학규를 지지하고 백무산이 문국현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는 놀라움이 가시기도 전에 백무산이 다니던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회사의 사장은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1996년에 발표된 이 시는 2009년 다시 현실이 되었다.

5월 18일이다. 1980년의 ‘학살자’와 2009년의 ‘살인자’는 결국 ‘따로 또 같이’이다. (한나 아렌트의 견해를 빌면) 1980년의 ‘학살자’가 “폭력은 정당화될 수는 있지만 결코 합법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현실에서 입증했던 반면, 2009년의 ‘살인자’는 “폭력은 권력이 위태로운 곳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현실에서 입증하고 있다.

바쁘게 일하다보니 날짜보다는 요일을 기억하게 된다. 성년의 날 때문에 시끌벅적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 밤 11시를 조금 넘겨서 택시를 타고 퇴근했고, 5월 18일이 끝나기 5분 전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시 한 시간 반 동안 재택야근을 했다. 그리고 이 포스팅을 쓰고 있다. 어쩌면, 백무산이 문국현을 지지하는 것 만큼이나 어색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故 윤상원 열사처럼 도청사수를 부르짖으며 투쟁을 할 수는 없지만, 아무리 삶에 찌들어도 ‘부당한 인간’으로 남지 않고 ‘오늘의 역사’를 잊지않고 새기면서 살겠다는 생각을 명확히 해 두기 위해 늦은 밤 자기모순의 포스팅을 한다. 열사의 말씀을 빌면,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