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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March, 2010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March 10th, 2010 No comments

2006년 5월 28일, 싸이월드에 올렸던 글.

절대로 네 사랑으로 꽉 채워진 이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냐, 아니면 네가 상상한 것에 불과하냐 하고 묻지는 말아야 한다.

예전엔 묻지 않았다. 이젠 묻는다.

순간 나는 클로이의 팔꿈치 근처에 있던, 무료로 나오는 작은 마시멜로 접시를 보았다. 의미론적 관점에서는 설명할 수 없었지만, 갑자기 나는 클로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마시멜로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마시멜로가 어쨌길래 그것이 나의 클로이에 대한 감정과 갑자기 일치하게 되었는지 나는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은 너무 남용되어 닳고 닳아버린 사랑이라는 말과는 달리, 나의 마음 상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 같았다. 더 불가해한 일이지만, 내가 클로이의 손을 잡고, 험프리 보가트와 로미오에게 눈을 찡긋하며, 그녀에게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나는 너를 마시멜로한다고 말하자, 그녀는 내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것이 자기가 평생 들어본 가장 달콤한 말이라고 대답했다. 그때부터 사랑은, 적어도 클로이와 나에게는 이제 단순히 사랑이 아니었다. 그것은 입에서 맛있게 녹는, 지름 몇 밀리미터의 달콤하고 말캉말캉한 물체였다.

나는 ‘소주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 따위를 바라는 여성은 없다.

알랭 드 보통의 첫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 나오는 연애론이 사실이라면, 나는 대략 가망없다.

Honeymooners’ Sydrome

March 2nd, 2010 2 comments

지난 몇 번의 포스팅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오른손이 2월 6일부터 마비상태이다. 이렇게 들으면 심각해보이지만,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조금 나은 상황으로 들릴지도? 오른쪽 팔꿈치 주위의 신경이 눌려 손부분에 마비가 온 것이고, 오른손목은 사실상의 불수의근, 손가락들은 반수의근의 상태이다. 어찌되었건 사지멀쩡하지는 않으니 대학병원도 가고, 한의원도 가고, 신경외과도 갔더랬다. 의사들의 반응은 대동소이했다. 시간이 약이다.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일당 2~3주 기다려보자. 그러나 난 자본을 가지지 못했으며 몸뚱아리로 먹고 사는 관계로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 그래서 귀찮게 물어봤더니 조금 자세히 얘기해준다.

본 증상의 정식명칭은 요골신경마비라고 하며, 별칭은 신혼여행 증후군 혹은 토요일 증후군이다. 즉, 대단히 희귀한 병이 아니라, 우리네 장삼이사에게 흔히 있을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이다. 이 증세가 나타나는 일반적인 경위는 다음과 같다. 신혼여행 첫날밤 뜨거운 첫(?) 섹스를 마친후 로맨틱과 에로틱의 하모니가 정점에 당했을 때 여성이 말한다. “자기 나 팔 베개 해줘.” 남성은 당연히 자신의 팔을 제공하고, 둘은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찬 밤을 보낸다. 흔히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지만, 여자의 머리무게조차 갈대같지는 않은 법. 남성의 팔이 여성의 머리에 밤새 압박을 당하고, 결국 다음날 일어났을 때 남성의 팔은 마비상태이다. 그렇게 여성이 모든 짐을 든 채, 남편은 외인구단의 최관 선수마냥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신혼부부의 수가 꽤 된다고 한다. 나를 진료한 서울시의 저명한 대학병원도 의사에게도 2주에 한 번씩 환자가 찾아온다고 한다. 빠르면 2~3주, 길면 3~6개월 뒤에 눌렸던 신경이 회복되면서 원상복귀하므로 크게 걱정할 증세는 아니나, 마비가 장기화될 경우 근육이 구축하여 추후 신체활동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꾸준히 손과 팔을 움지겨 근육이 마르지 않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내가 억울한 건, 금요일에 맥주 한 잔 가볍게 마시고 주말 아침까지 10시간의 숙면을 취한 죄 밖에 없다는 거다. 난 그날 뜨거운 첫날밤은 커녕, 이성의 손도 못 잡아봤고 심지어 버스 옆자리에 앉은 사람조차 남자였는데! 왜 가는 병원마다 결혼했냐고 물어보고, 여자친구있냐고 물어보냔 말이다! 꼭 팔베개를 해줘야 생기는 건 아니잖아?…라고 외치니 의사선생님께서는 혼자서 그렇게 되기도 쉽지 않죠…라고 대답하셨다. 내가 더러워서 이 손이 나으면 지금 이미 들어와 있는 선 1건, 소개팅 3건을 통해 솔로를 탈출하고 말겠다.

한편, 이 사건의 전모를 들은 모씨의 한 마디.
“한마디로 자위하다가 성병 걸린 꼴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