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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May, 2010

리얼마초극, 진보마초의 재구성

May 9th, 2010 2 comments

주말 아침부터 모처에서 별로 진보적이지도 않고 쿨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알량맞게 불특정 소수에게 폭력을 가하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예전에 봤던 글이 떠올랐다. 정확히는 6번 유형인 ‘마초 메저키스트 정신분열형’이 떠올랐다. 자신이 항상/여전히 옳다고 믿는 것처럼 무식하게 폭력적인 것이 없는데, 이 부류의 인간들은 Politically Correctness를 이해한 상태에서, 보다 지능적으로 폭력을 가한다는 점에서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페미니스트 저널 IF』는 2006년 ‘완간‘된 이후로 발행되지 않고 있으므로 아래 내용을 전재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이 글이 실린 2004년 겨울호는 내가 전역한 지 채 6개월이 되지 않았을 때 발행되었다. 그땐 나 스스로를 ‘마초 로맨티스트’와 (부끄럽게도)’마초 메저키스트 정신분열형’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규정했었는데, 지금 보니 ‘마초 비교우위론자’와 ‘마초 귀차니스트’의 성격을 조금씩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쓴 조박선영씨가 (인용하지 않은) 서문에서 참고문헌(?)으로 밝히고 있는 여성주의 저널 일다의 직장 내 ‘숨은 마초’ 유형분석 기사를 다시 보면서, 회사에서는 성정치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은 지난 회사생활에 대해서 반성했다.

시간이 흐른다고 내가 인격적으로 성장했다고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1. 마초 근본주의자
    • 주로 사용하는 말 : “남자처럼 하고 다니는 여자랑, 여자처럼 하고 다니는 남자들 재수없더라 그게 뭐람?”
    • 여성에게 끼치는 해악도 (기준 100) / 55
    • 심리 : 남성성과 여성성을 분리하고 생물학적 성이 반드시 문화적 성과 일치해야 안심하는 유형. 자신의 모순을 인식하는 순간 “남자도 여자 같을 수 있다”라는 이성과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감성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괴로워 한다.
    • 폭력의 방식 : 생물학적 성에 충실하지 못한 남성 또는 여성, 성적 소수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폭력을 행사. 완곡하게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는 형과 무의식적으로 불쑥불쑥 드러내는 형이 있다.

  2. 마초 비교우위론자
    • 주로 사용하는 말 : “내가 집안 일을 하지 않으려는 건 아니야. 하지만 니가 훨씬 잘하잖아? 사람은 각자 잘하는 일을 하고 살아야 하는 법.”
    • 여성에게 끼치는 해악도 (기준 100)/60
    • 심리 : 가사노동과 단순반복노동에 대한 혐오감과 거부, 저항정신이 강하다.
    • 폭력의 방식 : 가사노동 같은 단순반복노동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상당히 무력해지거나 머리 나쁜 아이처럼 굴어서 노동의 책임을 가장 가까이에 있는 친한 여자들에게 떠넘긴다. 이런 떠넘기기를 끈질기게 반복하며, 자기 대신 단순반복노의 책임을 전가받은 이에게 최소한의 감사를 표시하기는커녕 그(녀)를 “단순노동만 잘하는 사람”으로 낙인찍는다.

  3. 마초 도덕주의자
    • 주로 사용하는 말 : “여자도 담배 필 수 있게 해달라구? 세상에, 허파 시커매지는 것도 평등이니?”
    • 여성에게 끼치는 해악도 (기준 100) / 65
    • 심리 : 완벽하게 도덕적인 여성만을 여성으로 인정하겠다는 오만한 심리.
    • 폭력의 방식 : 엄격한 도덕률을 유독 여자에게만 요구하는 형. 자신이 요구하는 엄격한 도덕률이 남자에게는 비켜가는 현실을 인정하지만 그 현실을 여자들이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짐짓 호통치듯 가르치려 든다. 자신의 이러한 태도가 결국 여자들을 옭아매고 숨각히게 하는 오래된 문화적 관념임을 모.르.는. 척!한다.

  4. 마초 괴변론자
    • 주로 사용하는 말 : “마초라는 말은 여자들이 싫어하는 남성을 지칭하는 말이다.”
    • 여성에게 끼치는 해악도 (기준 100) / 80
    • 심리 : 남녀차별이나 불평등한 현실을 절대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억지심리.
    • 폭력의 방식 : 한국 땅에서 남녀차별이라는 현상은 없고 이미 남녀평등의 과업이 완성되었다고 주장. 여성의 자기주장은 남성에 대한 근거없는 공격이고 역차별이라며 분노한다. 이 분노로 여자들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따라서 자기주장을 하는 여자와 대화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고 대화가 되지 않는 이상 구제할 길이 없다. 여성의 의견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상태에서 독선으로 치을 경우 다음에 설명할 마초 메저키스트 정신분열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5. 마초 귀차니스트
    • 주로 사용하는 말 : “내가 너 무시해서 일 안하냐, 귀찮아서 안하지. 누가 너보고 하래?”
    • 여성에게 끼치는 해악도 / 측정불가
    • 심리 : 나는 남자라서 귀찮아도 괜찮다.
    • 폭력의 방식 : 부지런한 여자친구를 만날 경우 해악도가 치솟는다. 조금이라도 결벽증이 있는 여성과 이 유형의 마초가 만나면 가장 효율적이고 무자비하고 무책임한 방식으로 여성을 착취한다.

  6. 마초 메저키스트 정신분열형
    • 주로 사용하는 말 : “나는 마초가 아니다. 나는 진정한 페미니스트다.”
    • 여성에게 끼치는 해악도 (기준 100) / 100
    • 심리 : 자신의 마초성을 감쪽같이 감췄거나 없앴으므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거라는 과대망상증.
    • 폭력의 방식 : 이들은 ‘쿨’한 남자친구, 그럭저럭 괜찮은 남자친구, 자상한 아버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들은 사회적인 파급력으로 무한대의 해악도를 발휘한다. 마초이즘의 땅 대한민국에서 페미니즘 인자에 기생하는 방법을 터득한 이 부류는 잠복기도 길거니와 전염력 또한 매우 높다. 온갖 마초짓을 다 하면서도 마초성을 인정하지 않고 페미니스트를 가르치려 들거나 페미니스트에 전술적으로 합류한 마초이즘, 마초 생존기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7. 마초 니힐리스트
    • 주로 사용하는 말 : “남녀평등? 난 원리는 안 믿어, 어디 증명해봐!”
    • 여성에게 끼치는 해악도 / 측정불가
    • 심리 : 여자들의 논리는 절대 믿을 수 없다는 의심증.
    • 폭력의 방식 : 이 유형의 마초들은 여자들의 어떠한 논리나 의견도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을 의심하고 조롱하며 비웃는다. 유일한 대처법은 “그래, 남녀평등하라는 법 없지만 차별하라는 법도 없지 않수? 그러니까 원칙은 일단 뒤로 하고 우리가 잘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얘기하자구”라는 방식으로 대화와 타협을 유도해야 한다.

  8. 마초 매너주의
    • 주로 사용하는 말 : “연약한 여자는 힘든 일 할 필요 없어요.”
    • 여성에게 끼치는 해악도 (기준 100) / 90
    • 심리 : 여자는 중요하고 힘든 일을 할 수 없다는, 배려를 가장한 무시.
    • 폭력의 방식 : 이중적인 방식으로 중요사안에서 여자를 제외시킨다. 다시 말해 “힘든 일을 하지 말라”는 그의 친절은 책임과 권한이 따르는 업무에서 여자를 철저하게 무시하며 그 본색을 드러낸다. 여자를 사무실의 꽃으로 전락시키는 뻔한 테크닉이 온 몸에 밴 유형.

  9. 마초 로맨티스트
    • 주로 사용하는 말 : “넌 다른 여자들과 달라, 참 특별해.”
    • 여성에게 끼치는 해악도 (기준 100) / 95
    • 심리 : 여자는 여자일 뿐, 결국 세상은 남자가 움직인다.
    • 폭력의 방식 : 평소에는 여성에게 우호적이다. 특히 열심히 일하는 여성 혹은 개성이 강한 여성을 추켜세운다. 그러나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성차별적 의식을 과감히 드러냄으로써 인간적 배신을 감행한다. 이런 종류의 마초들은 여자를 다른 여자와 비교함으로써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공식을 입증하려 한다. 이들의 무의식 속에 여자는 단 한번도 남자와 비교대상이 되어 본 적이 없다.

  10. 마초 나르시스트
    • 주로 사용하는 말 : “남자여자가 어디 따로 있나? 서로서로 돕고 살자구~.”
    • 여성에게 끼치는 해악도 (기준 100) / 95
    • 심리 : 여자 등쳐먹고 한평생 잘 살아보자는 심리.
    • 폭력의 방식 : 공동체의 운명을 강조하며 여자의 희생을 은근히 강요한다. 권한과 재량권을 주는 듯 하지만 일이 끝나고 그 공을 분담할 때는 여자를 쏙 빼놓는 게 그들 특유의 방식이다. 그러나 여자에게 그 책임과 공을 모두 돌릴 때가 있으니… 그건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이다.

조박선영,「10가지 유형별 진보마초 – 리얼 마초극, 진보마초의 재구성」, 『페미니스트 저널 IF』겨울호 (도서출판 이프, 2004), pp.124~125

獨酌

May 8th, 2010 2 comments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믿는 사람은
진실로 사랑한 사람이 아니다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사람은
진실로 작별과 작별한 사람이 아니다

진실로 사랑한 사람과 작별할 때에는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이승과 내생을 다 깨워서
불러도 돌아보지 않을 사랑을 살아가라고
눈 감고 독하게 버림받는 것이다
단숨에 결별을 이룩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아
다시는 내 목숨 안에 돌아오지 말아라
혼자 피는 꽃이
온 나무를 다 불지르고 운다

류근 – 「獨酌」

언젠가 금연을 하게 되면 책상에 붙여놓을 예정이다.

너를 원망했다.

May 5th, 2010 4 comments

며칠간 지친 상태였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야근, 지난 주말도 매일 출근했었다. 어제도 역시 매우 바빴지만 그래도 오늘이 어린이날이니까, 가까스로 7시 30분경 업무를 끝내고 퇴근했다. 친구와 술을 한 잔 할까, 그냥 집에 갈까 고민하는데 전화가 왔다. 모교에 리크루팅을 갔던 지난 주의 어느날 저녁, 유쾌한 분위기에서 함께 술 한 잔 했던 후배 중 한 명, H가 다른 세상으로 떠났단다. 하릴없이 후배의 빈소라는 현대 아산병원으로 향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였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저녁 8시가 되기 전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듣기론 등교하다가 쓰러졌다는데… 수업이 없어서 늦게 학교에 간 걸까? 빈소에는 영정도 없었고, 가족인지 직원인지 모를 사람들만 몇 명 돌아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빈소 앞에 고등학교 친구로 보이는 사람 몇 명이 울고 있었지만, 그의 죽음을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죽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 난 그의 죽음을 증거불충분으로 기각해버렸다. 그래서 “이런 씨발. 이런 지랄같은 뻥을 치나”라고 얘기하며 뒤돌아 서는데, 형님께서 후배의 영정을 들고 오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때부터 그 자리에 와 있던 모두가 펑펑 울기 시작했다. 나도 눈물이 나왔지만, 다른 후배들을 위로해줘야 할 나까지 울면 안 될 것 같았다. 술취한 듯 장례식장을 나와 건물 앞에 기네스북에라도 오를 기세로 줄담배를 폈다.

시간이 지나고 후배들이 왔다. 조문을 하러 들어가서는, 하나같이 울면서 나온다. 토닥토막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그/녀들이 물었다. “3일장 아닌가요? 왜 발인이 내일이예요?”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자식이 먼저 죽기 때문에, H의 경우와 같은 악상은 죄인으로 간주해 장례절차가 빠르다…라고 설명했다. 악상을 당한 상주, 아버님께선 내가 도착하던 순간부터 내가 빈소를 나오던 시간까지 계속 통곡하셨다. 지난 2월 H의 어머님을 잃었기에 더욱 슬프셨으리라. 슬픔이 설움이 되고 설움이 다시 슬픔이 되어 울음이 리드미컬하게 곡소리로 변하는 것을, 삼십년만에 처음 눈으로 목격했다. 몸도 피곤하고, 아버님의 모습을 도저히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두 시간쯤 머무르다 빈소를 나왔다.

죄스럽게도 부모님보다 먼저 죽어서 우리에게 자신을 추모할 시간을 채 하루도 주지 않는 H를,
내가 사랑하는 후배들을 펑펑 울린 H를,
휴무일 전날 괴로움과 슬픔에 잠 못 이루게 만든 H를,
집으로 들어오면서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그래도 지난 주 우리가 학교에서 만나 즐겁게 얘기를 하던 그 모습을 남긴 채 떠나서 다행이다.
우린 선‧후배 관계지만 어차피 서로를 친구처럼 생각했으니, 내 원망따위 으레 그랬듯이 무시하면 좋겠다.
다른 세상이 어떤지는 나는 모르겠지만, 거기서도 네가 좋아하던 언어학을 실컷 공부하며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Rest in Peace,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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