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있었던 일이다. 퇴근 무렵, 지난 6월까지 나의 팀장님이셨던 부장님께서 지나가다 우리 팀에 잠시 들러 우리 팀에 10월에 배치된 신입사원에게 금요일인데 빨리 퇴근해서 데이트를 하지 왜 아직도 회사에 있냐고 물으셨다. 신입사원이 말했다. “네, 안 그래도 퇴근해서 헤어지는 데이트를 할 예정입니다.” 평소 젊은 세대의 연애세태를 비관적으로 보는 팀장님께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말씀하시다가 사귄지 얼마나 됐냐고 물어보셨다. “백일이요.” 팀장님께서는 웃으면서 백일이 사귄거냐고 말씀하시며 다음엔 좋은 여자 만나라고 응원해주셨다.
이어 옆에 앉은 사원에게 “너는?”이라고 물어보셨다. 그 후배는 지난 주 토요일에 헤어졌다. 팀장님은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두어번 두드리며 “너는 너무 여자 얼굴만 봐서 매번 헤어지는거야.”라고 하셨다. 맞는 말이니라고 느꼈는지 후배는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의 연애행태가 바뀔 것 같진 않다.
이어 나에게도 “너는?”이라고 물어보셨다. 나도, 지지난 주에 잠시 만나던 여성과 그만 만나기로 했다. 팀장님께서는 (여자 얼굴만 보는) 후배를 가리키며 “넌 저 놈처럼 얼굴만 보지는 않으니까 좀 낫다고 해야겠지만, 너는 너만 보니까 저놈보다 더 힘들 것 같다. 차라리 얼굴을 봐라.”라고 하시며 귀가하셨다. 역시 대기업에서 10년 이상 인사팀장을 한 사람은 사람보는 안목이 남다르구나.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연애행태가 바뀔 것 같진 않다. 후배는 계속 예쁜 여자만 찾을 것이고, 나도 계속 나만 보겠지.
어떻게 사람이 변하니?
언젠가 블로그에 연애소식 또는 결혼소식을 올리게 된다면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나밖에 모르는 마음을 고쳐먹고 내가 남을 배려하기 시작했거나,
나밖에 모르는 내가 나를 버릴만큼 대단한 여성을 만났거나.
난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예요.
본격적인 마음 Live, Obeg by mgk on Vimeo
난 나밖에 모르는 사람
난 나밖에 모르는 사람
좋아하는 그림은 내가 그린 그림
누구의 대답도 들리지 않네
난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예요
난 나밖에 모르는 사람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본격적인 마음
(우정모텔, 2011)
오늘내일은 어버이날. 겸사겸사 오늘 점심에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우리 가족, 동생 내외 총 7명이 교외의 샤브샤브집에서 식사를 했다. 어버이날 밥값은 중간어버이가 내는 것이라는 외할아버지의 지론에 따라 어머니께서 결제하셨다. :)
밥을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데 동생이 할머니 핸드폰을 보다가 “역시 금슬이 좋으시다니까.”라고. 외할머니의 효자폰 바탕화면은 두 분의 커플사진! 외할아버지 핸드폰에는 외할머니 독사진이었다. 아빠도 질세라 “장인어른 저도 집사람이 배경화면이예요. 누누히 말하지만 사위 하난 진짜 잘 고르신거예요.”
이런 게 가정의 달에 벌어지는 풍경인거다. 옛말에도 가화만사성이고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하지 않았던가! 외할아버지가 흡족해하시며 엄마가 꼭 쥐고 있던 핸드폰을 달라고 하시더니 열아보셨다. “얘 이게 무슨 사진이냐?”
엄마가 고개를 숙이고 말씀하셨다.
“집 앞 개천이요.”
아빠도 고개를 숙이셨다.
입사동기인 Y형은 나의 학교선배이다. 졸업한 대학교 외의 공통점은 현재 다니는 회사와 (둘 다 핵가족이긴 하나) 각자의 집에서 장남이라는 점 정도?
Y형은 장장 십 몇 년 만의 연애 끝에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결혼했다.
말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비논리적인 사람도 아님에도 정말 뜬금없이 형수님과 딸 자랑을 하는 그는 진정,
이 시대의 팔불출이다.
Y와 매우 가까운 위치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그렇기에 그가 형수님 또는 따님과 전화하는 걸 자주 듣는데, 오늘의 대화는 참으로 의미심장했다.
(괄호 안은 추측)
Y : 슬기야(Y의 딸, 만 5세, 가명), 뭐해?
(슬기 : 치킨 먹어.)
Y : 우리 슬기 간식 먹는구나? 치킨 맛있어?
(슬기 : 맛있어. 완전 좋아.)
Y : 치킨이 그렇게 좋아? 슬기는 치킨이 좋아? 엄마가 좋아?
(슬기 : 엄마 / 전체적으로는 약 20초 소요)
Y : 우와, 슬기는 엄마 되게 좋아하는 구나. 그럼 슬기는 치킨이 좋아? 아빠가 좋아?
(슬기 : 치킨 / 전체적으로는 약 20초 소요)
Y : (슬픈 목소리로) 응, 치킨 맛있게 먹고 아빠 오늘 일찍 갈께!
문제의 통화가 끝나고 Y는 나에게 담배 한 대 어떻겠냐고 물었다. 조금 바쁘긴 했지만 뭔가 심상찮은 분위기에 따라나갔다.
nomen nescio: 마지막에 슬기가 뭐라고 한거야?
Y: 딸자식이야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는 것 같아.
nomen nescio: 왜 그래? 뭐라고 했는데?
Y: 아빠보다 치킨이 좋대. 그래도 10초 정도 고민해준 걸 고마워해야 하나.
nomen nescio: 엄마랑 비교하면?
Y: 1초도 생각 안하고 엄마가 치킨을 사 주니까 치킨보다 좋대. 그거 내 월급으로 사주는 건데.
nomen nescio: …
Y: 어머니들이 아들자식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다고 하는 게 결국 여자생기면 어머니는 뒷전이어서 그런거잖아?
nomen nescio: 그런가?
Y : 솔직히 아들 여친한테 밀리는 게 낫지, 딸 남친도 아니고 닭한테 밀리는 게 말이 돼…
어머니께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