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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었다’

August 10th, 2005 16 comments

섹스를 지극히 일방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는 이 표현을 알게된 것은 오래전이지만, 실제로 듣게된 것은 2001년 여름으로 기억한다. 친구인 모 남자가수가 모 여자가수와 ‘앨범 작업 시작한 지 3일만에 먹었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정작 그 얘기를 듣는 내가 별 반응이 없어서 더 이상 얘기가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군대에서 ‘먹었다’라는 표현의 변이형들을 무척 많이 들었는데, 대충 ‘먹었다’, ‘따먹었다’, ‘먹혔다’, ‘상 차려 준다’와 같은 것들이었다. 그땐 ‘먹었다’라는 표현이 남성들의 커뮤니티에서 무척 일상적인 단어라는 사실에 상당히 놀랐었다. 대학교 1학년 때 들었던 “여성과 사회” 리포트를 쓰기 위해서 포르노그래피를 처음 봤다. 하이텔에서 VCD1) 두 장을 구입해서 가족이 모두 잠든 밤에 헤드폰을 끼고 봤었다. 내가 이전에 상상도 못했던 애널섹스도 무척 충격적이었지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포르노그래피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마치 능욕당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군대에서 배운 표현을 사용하자면 ‘어서 먹으라고 상 차려 준다’고나 할까?

나는 대체로 성별을 막론하고 남들의 성욕에는 무관심한 편이었는데, 여성들도 ‘먹었다’류의 동사들을 사용하는지는 좀 궁금했었다. 그렇다고 물어보기는 좀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오늘 들었다. 놀랍게도 엄마의 입에서.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인기절정의 모 남자가수가 섹시함의 대명사인 모 여가수를 ‘먹었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돌고 있다는 얘기를 식사중에 꺼내셔서 먹던 거 다 뱉을 뻔 했다. 그 소문의 진원지에 설사 ‘누가 누구를 먹었다.’라고 써있어도 다른 표현을 쓸 수 있는 것 아닌가. 남성이 여성을 대상화하는 마당에 여성들이라고 남성들을 대상화하지 않을 이유도 없는 것 같지만, 여성들도 이 표현을 사용한다고 일반화하기엔 좀 무리가 있을 것 같고. 그래서 그런데 이 글을 읽는 여성분들 중 여성들끼리 모였을 때 ‘먹었다’와 그 파생동사들을 사용하는지 좀 말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본 비공개 코멘트를 제공하지 않으므로 그냥 익명으로 대답해주시면 됩니다만.

1) 그 중 하나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를 패러디한 것이었다. 너무 인상적이어서 아직도 기억나는 그 제목은 <Clockwork Orgy> -_-;